무너지는 지역연극

각종 예술의 총망라였던 연극,
이젠 존재 자체가 '리미티드 런'(기한 한정공연)

문 닫는 공연장, 소멸하는 극단, 텅빈 객석.
경기도 연극판은 어떨까요?

‘대학로’와 가깝지만 ‘공연메카’는 아닌 이곳에서
지역 연극계의 현실과 이상을 살펴봤습니다.

의정부_극단 '허리'_대표 유준식(연출가·배우)

"지역 연극계 어때요?"

준식은 "대학로는 청과물시장, 지역은 과수원"이라고 말했다.

많은 사람에게 되도록 비싼 값에 잘 팔려는 '시장',
그리고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'밭' 정도의 차이가 있단다.
시장 중심 사회에서 농사는 소홀해졌다는 게 그의 독백이다.

상업도, 비상업도 무엇 하나 잘못된 건 없다.
다만 그는 "본질에 대한 깊이 추구가 지역 예술에서 이뤄져야 한다"고 봤다.

경기도 연극 현장은 과연 '지역' 연극에 해당될까.
짧은 상념에 빠진 준식은 10여초 후 천천히 입을 뗐다.

# 제1막  1장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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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울 10편 공연할 때 경기·인천 달랑 ‘1건’

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1~5월 경기‧인천권에서 진행된 연극 공연은 총 94건이다. 코로나19 펜데믹 후 ‘활발히’ 공연 중인 상황인데도 100건이 채 안 된다.

이는 서울권(836건)의 11.2%에 그치는 수준이다. 비수도권인 경상권(180건)과 비교해도 절반(52%) 정도다.

그나마 대전·세종·충청권의 연극 공연건수가 70건으로 경기‧인천권과 비슷했지만, 지역 간의 인구 차이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경기·인천권 연극이 저조하게 공연 중임을 알 수 있다.

‘개막 편수’, ‘티켓 판매건수’, ‘티켓 판매수입’ 또한 경기·인천권은 서울권에 한참 뒤처졌다.

같은 기간 서울권에서 개막한 연극은 493개로 전국의 61.1%를 차지했다. 다음은 경상권이 123개로 15.2%, 경기·인천권이 86개로 10.7%였다.

서울권에서 팔린 연극 티켓 건수는 전국 연극의 78.9%(82만7천917장)였고, 그로 인한 수입 또한 213억8천424만5천만원에 달했다. 경상권은 전국의 8.9%(9만3천322장)만큼 티켓을 팔고, 20억5천861억1천만원의 수입을 거뒀다.

이때 경기·인천권의 티켓 판매건수는 단 5.18%(5만4천323장)에 불과했다. 수입도 11억922만4천만원으로 서울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. 수도권이라는 위치와 전국 최다인 인구 비중 등을 고려하면 타 지역에 비해 경기·인천권 연극 입지가 낮다고 풀이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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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연극 수입은 月 41만 원”

‘인기 없는 연극’은 ‘저조한 수입’으로 연결된다.

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8년과 2021년에 발표한 ‘예술인 실태조사’ 결과에 따르면 건축, 무용, 만화를 뺀 모든 분야에서 예술인의 수입이 감소했다.

그 중에서 특히 감소세가 두드러진 분야가 바로 ‘연극’이다. 구체적으로 2017년 평균 수입(연극인 가구 총수입) 4천82만원에서 2020년 평균 수입 3천147만원으로 22.9% 떨어졌다.

‘음악(-18.8%)’, ‘영화(-15.3%)’, ‘국악(-14.6%)’, ‘대중음악(-12.5%)’ 등의 수입도 줄었지만, 현장성이 무엇보다 큰 연극계가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입은 셈이다.

한 달 수입이 100만원 미만일 것으로 추산되는 가구(총수입 1천만원 미만인 가구) 역시 ‘연극계’가 3.1%(2017년)에서 6.7%(2020년)로 두 배 이상 늘었다.

결과적으로 연극 분야 종사자의 연간 수입(연극인 개인 예술활동 수입)은 2017년 1천891만원에서 2020년 491만원으로 74% 떨어졌다.

연극인의 월급이 41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.

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극을 전업으로 하는 이들도 많지 않다.

 겸업하는 연극인의 58.1%가 일용직·임시직 등의 불안정한 일을 전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, 연극인들이 겸업하는 이유의 78.3%는 예술 활동에서 낮거나 불안정한 소득 때문으로 나타났다.

경기·인천 지역 연극계는 타 지역에 비해 공연 건수도, 수입도 많지 않다 보니 더 열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.

# 제1막  2장

남양주_극단 '마당'_대표 김학재(연출가·배우)

창작 작품은 늘 지역색에 지워졌다
"지역 연극 구조상 상업화 불가…지자체 요청에 맞출 수밖에"

2002년 평일의 어느 날.
김학재(57)는 무대에 오를 준비를 했다.
 
관객은 단 두 명이었지만
‘한 명이라도 공연을 보러 오면
변동 없이 진행한다’는
신조를 버릴 순 없었다.

‘심봉사’였던 학재는
그날 무대 위에서 울었다.

중간에 모든 관객이 나간 걸
알았기 때문이다. 

‘재미없어서 가셨나 보다,
우리 진짜 열심히 해야 된다’

단원들과 서로를 토닥이며 반성할 때
두 관객이 다시 찾아왔다.
엄마와 딸이란다.

“저희 둘을 위해 공연을 해주시는 게
너무 미안해서…
그런데 다시 들어가서 보기엔
더 미안해서…”라며
꽃바구니와 빵을 건넸다.

그렇게 학재는 다시 한 번 울었다.

'지역 연극에 보답하리라' 다짐한 계기였다.

# 제2막 1장

경기도 공연 관람객 100명 중 6명만 '연극' 본다

역할 잃은 지역 연극

서울·경남은 연극 관람객 비중, 道보다 ‘두배’ 이상
경기도 티켓값·공연량도 평균~평균 아래 그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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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기도 공연 관람객 6.6%만 ‘연극’ 선택

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 4월 '빅데이터 기반 공연 관람 행태 분석 보고서'를 통해 2022년도 공연 시장의 장르 특성 및 소비행태를 분석하고, 향후 공연 관람계를 내다봤다.

이 중 ‘연극’ 통계만 집중적으로 살펴봤다.

서울에서 공연을 본 관객 100명 중 13명은 연극(13.7%)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. 경남(13.7%)도 마찬가지였다. 뒤이어 충남 공연 관람객의 11.3%가, 대전 공연 관람객의 10.5%가 ‘연극’을 봤다고 답했다.

반면 경기도에선 공연을 본 관객 100명 중 6명만이 연극(6.6%) 장르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. 서양음악(28.5%)과 무용(6.7%) 공연의 관람객보다도 연극의 인기가 낮았다.

티켓 구입가격은 연극(5만6천507원)이 한국음악(4만131원)보다 1만원가량 비쌌다. 뮤지컬(12만2천784원)이나 서양음악(7만9371원), 무용(6만9841원)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었다.

전체적으로 ▲부산(평균 13만329원) ▲서울(11만3천595원) ▲울산(10만690원) 지역의 공연 티켓 값이 상위권이었고, ▲경북(2만9181원) ▲광주(3만5천345원) ▲전남(5만774원) 지역이 하위권이었다. 경기도(6만7천305원)는 중간 정도였다.

경기도 연극은 관람객 수도, 티켓 가격도, 공연량도 크게 돋보이는 부분 없이 ‘평균~평균 아래’ 수준에 머무르는 실정이었다

# 제2막 2장

부천_극단 '오픈런씨어터'_대표 주승민
(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행정감독
·한국연극협회 경기도지회 사무처장)

"경기도는 지역별, 극단별 강한 특색 …
 다채로운 지역 공연들이 수없이 생겨”

고양 극단은 행주대첩,
용인 극단은 처인성,
수원 극단은 정조대왕
내세운 작품 활동

# 제3막 1장





‘연극을 남기는 자’

강경호 플레이슈터 대표

- 공연예술인들이 자생할 수 있는 방법 마련
- 일회성 공연예술, ‘감히 내가 해볼까?’ 하는 마음으로 기록 시작

“연극이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선,
왜 사라지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이유부터 생각하고 싶다.
만약 연극의 수요도, 공급도 없다면 그땐 없어지는 게 맞다.
이유 없는 쇠퇴는 없기 때문이다."

예전에 ‘교양예술’로만 여겨지던 연극,
이젠 ‘지역 커뮤니티’ 개념으로 달라져

 “무대에 있어야만 예술로 인정받는 게 아니지 않나.
그러한 공연예술계의 변화상을 남기고 싶었다”

# 제3막  2장

파주_극단 '예성'_대표 박재운
(연출가·한국연극협회 파주지부장)

지역 극(劇)을 선택한 건 자존심이자 자부심…

"별 변화 없이 지금 이대로라면
차차 연극 관객은 도망가 없어질 겁니다.
저는 여기 남아 ‘꿈의 무대’를 지켜야죠.
연극 예술에 예의를 갖추면서”

# 제4막  1장



지역 연극계는 진작 ‘학전 신세’였다

시작은 서울이여도, 끝은 우리 동네이길

수원_극단 '성' _ 대표 김태섭
(연출가·경기생활문화예술총연합회 대표이사)

“지역 소극장이 없어진다는 건
지역 문화 자체가 말살 되는 것”

 
지역 연극인들이 명맥 이어가는 이유는…
스스로 특정 시대의 중요한 기록 남기며
세대 비전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
‘정체성’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

# 제4막  2장



무너지는 지역연극